근본을 추구하는 8년 차 엔지니어, 삼신 CTO 이종석 님
안녕하세요, 8년차 엔지니어이자 삼신이라는 의료 스타트업에서 CTO로 난임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LG U+, 삼성전자,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했어요.
지금까지 다이나믹한 커리어 전환을 해오신 것 같아요. 각각의 계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커리어 전환을 경험하며, 그 과정마다 결핍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매번 느꼈던 결핍의 형태는 달랐지만, 그것이 도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일단 시작해보자
첫 직장을 선택할 때는 약간의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빨리 사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깊은 고민보다는, '일단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그때까지 공부해온 통신 분야와 연결되어 LG U+에 입사했습니다.
제가 왜 일반적인 IT 대기업이 아닌 통신사에 갔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저는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했어요.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Hello world”도 몰랐던 저한테는 코딩이 너무 낯설었죠. 낯선 코딩보다는 수학/물리 기반의 공학이 더 익숙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자와 통신 분야를 따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그래서 첫 직장으로 일반적인 IT 대기업이 아닌 통신사를 선택했어요.
첫 번째 결핍: 안정감 보다 목말랐던 성취감
첫 직장에서는 성취에 대한 결핍을 느꼈습니다.
LG U+는 주로 한국 내에서만 활동하는 데다 업계 1위가 아니다 보니 느낄 수 있는 성취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난 더 진취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1등 DNA를 찾아서
진취적인 목표를 다르게 표현하면 “1등 DNA”에요.
1등 DNA 를 가진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로 이직 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특히, 글로벌하고 확실한 1위 자리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분야였고, 삼성전자 내에서도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문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1위의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 결핍: 혁신적인 도전과 기여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더욱 강화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었고,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면서 1위 기업의 DNA와 성공적인 성과를 직접 체험하는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거나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한계를 느꼈어요.
혁신/도전할 수 있는 신생아 같은 도메인이 없을까?
더 역동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을까? 대격변이 일어나는 곳이 어디 있을까? 라는 고민 끝에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막 뜨고 있는 기술이었고, 주류 시장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여전히 정말 좋아하고 있는 분야에요!)
당시에 시장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미숙한 상태여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기대했습니다.
또, 스타트업에서는 대기업보다 더 역동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기술을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세 번째 결핍: 부정적 인식
블록체인 산업 자체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 떄문에 조금 힘들었어요.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과 접점이 많았기 때문에,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제 노력이 순수하게 비춰지지는 않는 것 같았어요.
‘나는 정말 밤낮 없이 기술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열심히 일했는데,
순수하게 비춰지지 않는 것 같네…’
조금 고민이 들었죠.
순수 선(善)을 찾자
순수하게 발전적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삼신에서야말로 반박의 여지가 없는 순수하게 선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생소한 기술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종석님 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기술을 다루는 방법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와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갖추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엔지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느냐”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소한 기술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어요.
물이 엎질러졌을 때 그냥 닦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물이 엎질러진 그 원인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죠.
엔지니어의 근본이라는 것은 문제를 대하는 깊이와 태도에서 나옵니다.
단순히 생긴 문제를 표면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사람을 저는 근본이 있는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
종석 님이 그리시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특정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맞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접근을 선호합니다.
앞으로도 기술을 넓게 배워가는 것보다는, 풀고 싶은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익히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삼신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가 느꼈던 결핍을 채우며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 있는 도메인에 집중하고 깊이를 더해갈 계획입니다.
‘이 세상에 나의 흔적 남기기'라는 Vision을 갖고 계시던데, 지금까지 어떤 흔적들을 남기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세상에 제 흔적을 남기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목표로 생각해왔어요. 지금까지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삼성전자에서 SSD 스토리지를 개발 했었고, 지금도 많은 컴퓨터에서 제가 짰던 코드들이 살아 숨쉬고 있겠죠.
이 정도로는 제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많은 서비스나 앱이 성공을 거둬도 언젠가는 잊혀지고, 종료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더 큰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집중하고 있는 난임 문제 해결 같은 분야가 그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어요.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자라나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오래 남는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의 터닝포인트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멤버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나요?
저에게 제일 의미 있었던 책은 제가 직접 쓴 책이에요. 너무 개인적이고 부끄러워서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 적은 없어요. ‘나는 왜 일을 하는가?’와 같은 깊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던 시절에 제 방황과 고민을 일기처럼 쓴 책이에요. 지금은 절판 됐고, 몇몇 서점에는 남아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찾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ㅎㅎ
정식으로 출판을 할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무조건 한 권을 보관해요. 국립중앙도서관에 한 권이 있기에 제 흔적이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책 중에는 ‘애프터 스티브 잡스’라는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팀 쿡은 잡스의 혁신적인 유산을 기반으로 애플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입니다.
모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지만, 팀 쿡은 그 뒤를 이어서 애플을 다시 10배 성장시킨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항상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면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이 묘사된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팀 쿡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늘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요. 매출 10배를 올려도 잡스와의 비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죠.
팀 쿡의 리더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에서의 진정성과 고유한 길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팀 쿡의 고군분투와 리더십을 배우고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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